"여기 경치 보면서 먹으니까 빵 맛이 배가 되네요."
서울에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경기도 외곽의 한 베이커리 카페.
탁 트인 통유리창 너머로 산자락이 내다보이는 이곳에서 주말 나들이 온 정유니(25)씨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서울에선 이런 널찍한 카페 찾기 힘들잖아요. 가격이 좀 나가도 경치 보면서 여유롭게 즐기니까 좋네요."
하지만 평일 오후 2시, 이 300평 규모 매장의 풍경은 사뭇 달랐습니다.
20여 명의 직원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손님은 고작 두어 테이블.
월 관리비만 수천만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의 수익성이 의문스러웠습니다.
"솔직히 장사가 잘 되고 있진 않아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 매장의 한 관계자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이런 수상한 베이커리들이 최근 5년 새 전국적으로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00평 이상 대형 매장만 109곳. 그리고 그 배경에는 가업승계 절세라는 의외의 해답이 있었습니다.
월 관리비만 수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이 매장이 적자를 내면서도 영업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베이커리 카페요? 요즘 세무사 업계에서 가장 핫한 상담 주제 중 하나죠.
"돈 많은 자산가들은 다들 관심을 보입니다."
최근 5년간 100평 이상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18개에서 109개로 폭증한 배경에는 가업승계를 통한 절세 전략이라는 숨은 계산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50억원짜리 토지를 자녀에게 증여할 때 내야 하는 세금을 20억원에서 4억원으로 절감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 유인이 된 것입니다.
또한 가업승계지원제도에 따라, 중소기업을 상속할 경우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증여세 절감, 상속세 0원 헤택을 받을 수 있고..
건물은 감가 되니 토지 주차장까지 널찍하게 지으면 효율적으로 토지 및 건물을 증여 및 상속을 할 수 있는 팁까지 있어 굉장한 절세 효과가 큽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이 제도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자산가들의 관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 가업승계지원제도는 07년까지 5년 이상 가업에 한해 1억원 공제해주던 것을, 윤석열 정부 들어서 600억원까지 확대됐고 올해 세법 개정안에는 1200원으로 확대돼 초부자 감세라는 비판. 증여세 특례 적용 구간도 120억원까지 확대. 사후관리 기간도 7년에서 5년으로 줄어듬
"왜 하필 베이커리 카페일까요? 가업승계 인정 업종 중에서 베이커리 카페가 가장 운영이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제조업이나 건설업과 달리 진입장벽이 낮고, 일반 커피전문점과 달리 제조 요소가 있어 인정됩니다"라고 세무사는 설명합니다.
다만 이 제도를 활용하려면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해야 하는데요.
부모가 베이커리 카페를 법인으로 설립해
10년 이상 운영한 후에야 자녀에게 승계할 수 있으며,
(물론 이 기간 동안 자녀는 직원으로 취직해 고액의 월급을 받습니다)
자녀는 3년 내 대표이사에 취임해 5년간 사업을 유지해야 합니다.
어떠신가요?
자산가들의 베이커리 카페 절세 전략을 둘러싼 논란을 살펴보면서, 이 현상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지난 5년간 100평 이상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18개에서 109개로 급증한 것은 단순한 사업 확장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가업승계 제도를 활용해 최대 50%의 증여세율을 10%대로 낮출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또한 상속세도 10년만 버티면 600억원을 공제 받을 수 있단 점도 메리트일 것입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이런 현상이 우리 사회의 두 가지 현실을 반영한다고 봅니다.
첫째는 자산가들의 절세 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점이고, 둘째는 제도의 허점을 파고드는 조세 회피의 창의성이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일부 베이커리 카페들이 적자 운영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지속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실제 수익성보다 부동산 가치 상승과 절세 효과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내 재산을 고스란히 600억원까지 공제 받고, 증여세까지 절감할 수 있으니 당연히 버티는 것이죠.
그러나 이 현상을 단순히 부자들의 탈세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현행 상속세제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습니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고 수준입니다.
결과적으로 자산가들이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절세 방안을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세금은 당연히 납부의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손실회피심리를 가지고 있어, 내 통장잔고를 지키고 싶어하고, 주머니에서 돈 한푼 나가는 것을 아까워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가업승계 제도의 본래 취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제도는 오랜 기간 한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과 노하우를 다음 세대로 이어가게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30년 이상된 커피전문점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새로 문을 연 대형 베이커리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 문제의 해결책은 양극단을 피해야 합니다.
가업승계 제도를 전면 폐지하자는 주장도, 현행 제도를 그대로 두자는 입장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신 진정한 가업승계만 인정하도록 요건을 강화하고, 동시에 전반적인 상속증여세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결국 이 경기 외곽 카페 베이커리 카페 현상은 우리 사회가 세대 간 부의 이전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형평성과 효율성, 그리고 사회 정의라는 가치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