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편의점을 운영하다가 폐업한 여성은 규모가 큰 동네형 슈퍼마켓 재취업에 성공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다가 폐업한 남성은 식자재 회사에 취업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두 남녀는 자영업 경력을 활용해 취업한 좋은 사례다.
신규 자영업자 3곳 중 2곳이 6개월 미만의 짧은 준비 기간을 거쳐 사업을 시작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과당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수 부진 등 경기 침체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면서 부업에 나서는 자영업자 수는 2020년 13만2000명에서 지난해 17만3000명으로 3년간 4만1000명(34.7%)이 증가했다. 자영업자의 취약한 경쟁력은 낮은 생존율로 이어진다. 생계형 창업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점업의 5년 생존율은 24.4%인데, 미국(55.3%)의 절반도 안 된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이 있는 사업장의 17.8%가 실질적인 폐업 상태다. 경기 침체로 전망이 없거나 사업이 부진해 사업체를 그만두겠다는 자영업자 수도 늘고 있다. 이들 자영업자의 노동시장 이탈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가 감소하는 것은 자영업자가 고용원을 신규 채용해서가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탈락하고 있다는 전조 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폐업했거나 폐업 예정인 자영업자가 중소기업의 임금근로자로 재취업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구인 활동을 하고 있고 한 달 이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빈 일자리 수는 2020년 11만9000명에서 지난해 20만2000명으로 8만3000명(69.5%) 증가했다.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 해소에 한계 자영업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내국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외국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자영업자는 경력과 자격 수준이 일반 구직자와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재취업 지원에 대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자영업자 미래일자리 전환센터를 설치하고 취업 교육과 채용 연계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취업 연계가 가능한 기업 발굴과 교육 전문가 풀을 확대하고, 기업과 자영업자의 특성에 맞춘 교육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 취업 알선으로 끝내지 말고 필요하면 교육자가 직접 교육생을 채용한다는 개념으로 기업 실무자가 직접 교육을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교육과 실무 현장의 격차를 줄이면서 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고령 자영업자의 높은 비중을 고려할 때 장기간 자영업을 영위한 구직자를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일정 기간 장려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면 좋겠다.
임금근로자로의 전환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준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현업에서 물러났어도 일정 기간 자영업을 영위한 유경험자를 대상으로 자영업 노하우 전수단을 만들면 어떨까. 신규 자영업자는 사업 초기에 경영 노하우 습득에 가장 큰 애로를 겪는다고 하니 유경험자가 축적된 경영노하우를 전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영업은 대부분 일정 상권을 기반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자영업과 경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선배 자영업자의 의지만 있다면 노하우 전수가 충분히 가능하다. 오프라인 활동 결과를 바탕으로 자영업자 노하우 공유 플랫폼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임금근로자로 재취업하기 어려운 고령 자영업자에 대해 눈높이에 맞는 디지털 교육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 일반 교육을 통해 고령 자영업자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무엇보다 고령 자영업자의 심리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 자영업자에 대한 디지털 교육은 자영업 경험이 있는 고령자가 직접 방문해 사업장에서 활용 가능한 내용을 중심으로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때 교육 강사는 앞에서 언급한 자영업 노하우 전수단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속하는 구조적 문제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공급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과감한 정책을 도입해 자영업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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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7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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