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에서 셀프사진관(인생네컷 등)을 운영했던 30대 초반 자영업자 A씨는 2022년 유행을 타고 매장을 열었다. 인스타그램 인증샷 열풍에 힘입어 매일 손님이 줄을 섰고, 입소문을 타자 1년 만에 점포를 두 개로 늘렸다. 하지만 2024년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주변에 유사한 매장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트렌드가 바뀌자 손님 발길도 뚝 끊겼다. 결국 그는 두 번째 점포를 정리했다.
이처럼 20대 소비자들의 빠른 트렌드 변화가 자영업 생태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23일 발표한 소비 환경 변화에 따른 소호 업종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소비에 의존했던 업종들이 최근 들어 성장세가 꺾이거나 침체로 돌아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업종은 사진관과 코인노래방이다.
셀프사진관, 코인노래방 등은 2021~2022년 사이 20대 사이에서 인증 필수 코스로 자리 잡으며 폭발적인 매출 증가를 경험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사진관은 2022년 이후 성장세가 둔화됐고, 회복세를 보이던 노래방 역시 2024년 들어 다시 감소세로 전환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20대 소비자층의 유행 탄력성이 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인기가 급상승할 땐 매출이 빠르게 뛰지만,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면 수요가 급감해 업종 수명이 짧아지는 구조다.
20대의 소비는 자영업에 활력을 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사업 안정성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특히 하나금융연구소는 “20대 소비가 몰리는 업종은 유행의 흐름에 따라 급격한 매출 변동을 겪는다”고 분석했다.
트렌드를 먼저 포착해 창업에 나선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1년 반은 돈 벌고, 그 다음은 버틴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사업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고서는 반대로 50대 소비자층은 입시학원, 피부관리소, 여행사, 재취업 학원 등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소비층으로 부상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입시학원 매출에서 50대의 비중은 2019년 18.7%에서 2024년 26.9%까지 증가했다.
이는 업종 선택에 있어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가 사업 성패를 가르는 변수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문태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20대 소비층은 트렌드를 선도하지만 유동성이 크기 때문에, 그에 맞춰 콘텐츠 전략과 온라인 채널 활용 등 마케팅 대응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유행을 좇는 업종일수록 단기 수익만 보고 진입하기보다는, 철저한 트렌드 분석과 브랜드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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