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만 닭이 부족했을까?"
치킨 프랜차이즈 BBQ와 bhc가 조류 인플루엔자(AI)에 따른 닭고기 공급난 속에서도 나란히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해 주목된다. 교촌치킨 본사가 닭고기 수급 차질로 일부 가맹점주와 손해배상 갈등을 겪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업계에선 치킨 프랜차이즈 3사의 위기 대응 역량 차이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BBQ와 bhc는 올해 닭고기 수급 불안 국면에서도 가맹점으로부터의 발주 물량을 누락하지 않고 전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으로 국내 육계 수급이 일시적으로 불안정했던 것은 맞지만, 공급망 관리 능력의 차이가 모든 치킨 프랜차이즈에 같은 결과로 나타난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 BBQ, 공급처 다변화·업력 통한 1순위 거래처 효과
BBQ는 지난 1995년부터 치킨 사업을 영위해 업계에서 가장 오랜 운영 이력·유통 경험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는다. BBQ는 이를 바탕으로 공급망 구조를 타사 대비 체계적으로 구축한 상태다.
실제 하림과 마니커 등 주요 닭고기 공급업체들은 BBQ를 우선 물량 배정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계업체들과의 오랜 협력 이력을 통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다는 평가다.
공급처를 분산 운영하는 닭고기 조달 시스템도 수급 안정에 한몫하고 있다. BBQ는 특정 거래처의 생산 차질이나 물류 지연이 생겨도 즉시 대체 조달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다변화한 다중 공급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 전반이 이 같은 구조를 채택하고 있긴 하지만, BBQ는 도입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어 효율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BBQ와의 거래 기간이 긴 업체들이 많아 물량 배정을 거절하기 어렵다"며 "공급 신뢰성 면에서 BBQ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bhc, 선제적 단가 인상 통해 수급 확보
bhc도 올 상반기 닭고기 수급이 불안정했던 시기에도 가맹점에 큰 차질 없이 닭을 공급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bhc가 공급 차질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본사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닭고기 매입 단가를 인상하며 수급 불안을 사전 대응한 덕분이다.
이 과정에서 닭고기 가격 인상분은 본사가 부담하고, 가맹점에는 공급가를 동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맹점주 입장에선 원가 상승 부담 없이 기존과 다름없는 조건으로 영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셈이다. bhc는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3사 중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상생경영 구조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bhc를 운영하는 다이닝브랜즈그룹은 지난 2023년 ESG의 핵심 축을 가맹점과의 신뢰로 설정하고, 자율분쟁조정 협의회를 업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다. 협의회는 본사와 가맹점 간 제도적 분쟁을 사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에는 원가 인상분 350억원을 모두 본사가 부담했다.
bhc 관계자는 "공급가 인상은 본사가 감당하고, 가맹점 공급가는 동결했다"며 "본사가 고통을 나누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 업계 "가맹점 불만 제기 타당"
반면 교촌치킨 운영사 교촌에프앤비는 일부 가맹점과의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진 상태다.
교촌치킨 가맹점주 4인은 이달 중 가맹본사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본사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가맹점주의 닭고기 발주 물량을 공급하지 못해 매출에 손해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교촌치킨의 닭고기 수급 불안은 오랜 기간 가맹점주의 지적을 받고 있는 문제다. 가맹점주 100여명은 올해 2월 판교 교촌에프앤비 본사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이 외부에서 닭을 조달하는 것이 금지된 상태에서 본사 공급이 늦어져 불만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공급 책임은 본사에 있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가맹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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