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패스트푸드 기업들이 주요 소비층인 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치킨 전쟁을 벌이고 있다. 치킨 제품이 흥행하느냐에 따라 패스트푸드 기업들의 매출 순위가 뒤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미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칙필레 매장 모습 / AFP=연합
9일(현지 시각)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1985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해 1인당 100파운드(약 45kg)를 넘어섰다.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순살 치킨과 치킨 샌드위치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소고기 소비는 감소세를 보이며 1인당 약 60파운드(약 27kg)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비자들이 외식 비용을 아끼려 할수록 닭다리나 넓적다리보다 뼈 없는 텐더, 크리스피 치킨 샌드위치를 선택하는 경향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가 패스트푸드 업계의 서열을 뒤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프라이드 치킨의 대명사로 불리는 KFC는 오랫동안 뼈 있는 치킨 판매에 집중해 Z세대의 외면을 받았고, 미국 내 동일 매장 매출은 8분기 연속 정체하거나 하락했다. 소비자 데이터 업체 뉴머레이터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KFC를 찾는 Z세대 비중은 전체의 6%에 불과했다.
반면, Z세대가 선호하는 순살 치킨 제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여온 다른 패스트푸드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순살 치킨 샌드위치와 밀크셰이크를 앞세운 칙필레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4% 늘었으며, 맥도날드와 스타벅스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식음료 체인으로 자리 잡았다.
치킨 핑거 전문점 레이징 케인스는 지난해 51억 달러(약 7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KFC를 제치고 연매출 기준 치킨 업계 3위에 올랐다. 2021년 24억 달러(약 3조원) 수준에 불과했던 매출은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 바이럴을 통해 Z세대를 사로잡으며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업계 큰 형님인 맥도날드도 또띠아에 치킨 텐더를 넣은 2.99달러 스낵랩 판매 증가에 힘입어 지난 3분기 미국 동일 매장 매출이 2.4% 늘었다. 맥도날드는 현재 닭고기 판매량이 소고기 못지않게 늘어났다며, “더 큰 닭고기 시장 기회를 겨냥하고 있다”고 밝혔다.
칙필레 등의 성공을 지켜본 다른 패스트푸드 기업들도 신제품을 내놓으며 치킨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절반 이상 폭락한 버거체인 웬디스는 지난달 매출 회복을 노리고 텐디스 치킨 텐더를 새롭게 출시했다. KFC 역시 최고경영자(CEO) 교체 이후 5달러(약 7000원) 치킨 텐더 박스와 3.99달러 (약 6000원)치킨 샌드위치를 선보였다.
일각에서는 Z세대를 잡기 위해 무분별하게 치킨 제품을 쏟아내는 흐름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우려한다. FT는 “Z세대의 취향에 맞추는 전략이 항상 안전한 선택은 아니다”며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경제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는 패스트푸드 기업들의 주가 역시 쉽게 오르기 힘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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