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브랜드가 아니라 한 끼를 고른다.”
유통업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한때 치킨·피자·버거로 명확히 나뉘던 카테고리가 이제는 한 끼를 놓고 벌이는 종합 경쟁으로 재편되는 중이다.
배달 중심 소비 패턴이 자리 잡고,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브랜드 간 전통적인 구분은 의미가 희미해졌다. 수익 다변화를 위한 메뉴 복합화 전략이 사실상 업계 표준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앱 중심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치킨 카테고리 버거 카테고리로 이동하는 대신, 특정 브랜드 한 곳에서 여러 카테고리 음식을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고객은 치킨이 먹고 싶어서 특정 브랜드를 찾기보다, 배달비·구성·가성비를 기준으로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 끼니를 해결하려는 비중이 커졌다”며 “브랜드들이 스스로 카테고리 경계를 없애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bhc는 이달 서울 강남구 개포자이스퀘어점에서 치킨버거 3종 판매를 본격 시작했다. 기존 치킨 메뉴를 버거 패티로 가공해 점심 식사 메뉴로 확대한 것이다.
치킨 브랜드의 매출은 통상 저녁 시간에 집중되는데, bhc는 “낮 시간 회전율을 올려 매장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업계는 이를 두고 본격적인 런치 공략 의지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한다.
교촌에프앤비는 신규 버거 브랜드 소싯(Sosit)을 론칭하고 버거 시장 도전에 나섰다. 교촌치킨의 주력 메뉴는 대부분 닭 부분육을 사용해 가슴살 비중이 낮았는데, 이 점을 개선하기 위해 남는 가슴살 부위를 활용한 전용 버거 라인을 개발했다.
교촌은 장기적으로는 한 마리 단위 공급 체계 전환을 통해 원재료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원재료 수급 안정성까지 염두에 둔 복합화 전략이라는 평가다.
버거·치킨 중심 브랜드였던 맘스터치는 지난해부터 피자 사업 맘스피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맘스터치 매장 안에 작은 피자 매장을 넣는 숍인숍 방식으로 효율을 극대화했다.
9월 기준 맘스피자는 총 187개 매장이며, 이 중 154개가 숍인숍 형태다. 연말까지 260개 매장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는 맘스터치의 전략을 두고 “점포 확장보다 메뉴 입점 확대를 통한 수익 극대화 모델”로 분석한다.
피자 프랜차이즈 한국파파존스는 자체 치킨 브랜드 마마치킨을 론칭하며 복합매장 운영에 뛰어들었다. 고려대점을 새로 열며 현재 독립문점·마포점을 포함해 총 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피자 시장 역시 배달 매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치킨+피자 세트와 같은 단품 확장이 자연스럽게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어 치킨 메뉴 진출이 업계 흐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 침체와 원가 상승으로 카테고리 내 경쟁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매장을 늘리는 대신 메뉴군을 늘려 추가 매출을 확보하는 방식이 증가했다.
여러 곳에서 주문하면 배달비가 중복 발생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메뉴를 가진 브랜드가 선택받는 구조가 됐다.
교촌 사례처럼 단일 부위 중심 사용은 원가 부담을 키우기 때문에, 한 마리 단위로 수급할 수 있는 메뉴 확장은 원가 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전통 카테고리에 묶인 정체성을 벗어나면 향후 해외 진출·신사업 확장에도 유연성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외식업 경쟁이 앞으로 버거냐 치킨이냐가 아니라 가성비·포지셔닝·콘셉트 경쟁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 음식 종류보다 한 끼의 만족도로 이동하고 있어, 브랜드의 제품군 확장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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