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에 출점 제한…시너지 노린 확장
기존 물류·인프라 활용…투자 리스크 축소
정체성 훼손 우려…엄격한 품질 관리 필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가 기존 주력 사업을 넘어 새로운 카테고리로의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화된 내수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도 할 수 있어"
최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는 업종 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치킨 브랜드는 버거를 팔고 반대로 버거 브랜드는 피자를 판다. 커피 프랜차이즈는 식사 대용으로 메뉴를 넓히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기존 고객층 유지와 신규 고객 유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시도로 읽힌다.
맘스터치는 피자로의 외연 확대를 꾀하고 있다. 맘스터치 매장 내에 숍인숍 모델 형태로 맘스피자를 입점시키는 식이다. 본업인 버거를 비롯해 치킨과 피자 등 대표적인 외식 메뉴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맘스피자는 2023년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는 200개가 넘는 매장을 열었다.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맘스터치에 따르면 맘스피자 숍앤숍 전환 점포의 평균 매출은 34% 성장률을 기록했다. 운영 메뉴가 늘어나면서 유연성이 확보됐다는 평가다. 맘스터치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 말까지 맘스피자를 300호점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디야커피가 최근 브랜드 리포지셔닝에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디야커피는 지난달부터 자사 커피연구소 이디야커피랩에서 직접 제조한 피자, 햄버거 등을 선보이는 델리 존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베이커리 중심 구성에서 식사 대용까지 메뉴를 다변화해 고객 접점을 넓혀나가는 모습이다.
bhc는 지난달 말 문을 연 서울 강남구 개포자이스퀘어점에서 치킨버거 3종을 판매하고 있다. 닭고기를 햄버거 패티로 재가공해 점심 식사 메뉴에 편입했다. 교촌에프앤비도 지난달 델리 브랜드 소싯을 론칭했다. 닭가슴살 부위를 버거와 샌드위치 등에 재활용하는 구조다. 저녁 시간대에 집중되는 치킨 매출 구조를 보완하고 매장 회전율을 높이려는 의도다. 비인기 부위인 닭가슴살을 소비해 닭고기 공급·소비 균형을 맞추는 효과도 있다. 올해 치킨업계가 계육 공급 파동을 겪으면서 내놓은 아이디어다.
넘어야 할 산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추진하는 메뉴 확장의 가장 큰 장점은 운영 효율성이다. 물류망과 조리 시스템, 매장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카테고리 추가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 여기에 주력 메뉴의 의존도를 낮춰 수익 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 요소다.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는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이들은 치킨집에서는 치킨만, 피자집에선 피자만 찾던 과거의 단일 소비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목적보다 여러 조합을 통해 재미와 만족감을 얻고자 하는 니즈가 강하다. 메뉴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메뉴 확대는 위기 타개책이기도 하다. 출점 증가율이 둔화된 상황에서 다변화 전략은 선택 아닌 필수라는 평가다. 이디야커피는 2022년 3000점을 넘겼지만 지난해엔 2562개로 감소했다. 저가커피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중저가 커피 브랜드의 포지셔닝이 흔들린 탓이다. 교촌에프앤비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8% 증가한 4808억원을 거뒀지만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22년보다는 7.1% 줄었다. bhc를 운영하는 다이닝브랜즈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4.3% 감소한 5127억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다각화 전략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수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어떤 브랜드가 인접 카테고리를 제2의 성장 엔진으로 삼느냐가 향후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메뉴 확장이 브랜드 정체성과 충돌할 경우 소비자 혼란은 물론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품질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소비자 경험의 일관성 확보 등 지속 가능한 운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확장 전략은 분명 필요하지만 핵심 정체성이 희석되지 않는 선에서 균형이 필요하다"며 "메뉴 다변화가 곧 브랜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섬세한 운영 관리는 필수"라고 말했다.
출처 : 프랜차이즈, 다각화 전략에 속도 내는 이유 ㅣ Biz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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